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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23 [애니메이션] 한국 애니메이션의 '소중한 날의 꿈' 2
글
[애니메이션] 한국 애니메이션의 '소중한 날의 꿈'
소중한 날의 꿈 Green Days, 안재훈, 한혜진, 2011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한 것은 어느 애니메이션 잡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꿋꿋하게 열심히 제작 중인 2D 애니메이션이라고.
2011년도 봄에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 들릴 일이 있어 갔다가,
우연히 이 작품이 제작이 끝났고, 여름 쯤에 개봉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센터 올라오는 길에 포스터도 전시가 되어 있었고, '드디어 개봉하는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11년이나 걸린 작품이었다.
6월 23일, 개봉 하자마자 극장으로 가서 관람했다.
그 땐 그냥 '아쉽다. 아쉽다. 너무 아쉽다.'라는 느낌 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5개월 후인, 11월에 부천에서 열리는 PISAF의 한 강연장에서 '소중한 날의 꿈'의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
안재훈 감독님
이날 나는 한시간 가량의 강연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피사프가 주최하고, 애니메이션 감독님이 강연을 하고, 그리고 그 강연을 듣는 사람들에서 말이다.
- 지금부터 적는 글은 다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비약된 부분이 있다.-
감독님은 강연을 하기에 앞서 적잖히 당황하신 모습이었다.
감독님이 준비해오신 발표 자료를 보는 순간 그 당황스러움이 어떤 것인지 한번에 알 수 있었다.
200페이지에 달하는 발표 자료.
감독님은 정말 할 말이 많으셨던 것 같다. 소중한 날의 꿈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예정된 강연 시간은 1시간이었다.
강연 시간이 1시간이란 사실을 감독님은 강연장에 오셔서 아신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피사프 측은 강연 시간에 대해서 감독님에게 알려주지 않았단 말인가.
아니면 강연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인가.
꼭, 기관이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처음부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작은 실수였을지라도-)
강연이 시작되고, 감독님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았다.
부족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알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신 것 같았다.
이건 원래 10년 전에 나왔어야 할 애니메이션이다. 제작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완성된 작품이다. 우리가 했던 실수를 우리를 뒤따라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강연장에 애니메이션 전공자는 나 밖에 없었다.
(감독님이 중간에 물어봤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물론 감독님의 그 슬픈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들을 수 있는 꿈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온 아이들 말이다.
그 아이들이 감독님의 말을 듣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테지만,
정작 감독님이 강연 내내 했던 말들은 그냥 희망찬 이야기는 아니었다.
과연 같이온 부모들은 그 강연 내용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강연에 참석했던 인원을 잠깐 다시 떠올려보면,
감독님, 감독님과 같이 오신 것 같은 분, 주최 관계자 분들, 다수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부모님,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몇명(이건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나와 일행뿐이었다.
흡사 국내 애니메이션 개봉관을 온 것 같은 착각이 잠깐 들었다.
강연은 정신 없이 지나갔다.
평소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감독님은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셨고, 많은 이야기를 넘기셨다. 시간이 없으니깐...
난 그 넘어간 부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
강연 막바지에 추첨을 통해 소중한 날의 꿈의 작화지를 증정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난 못 받았다. (ㅠㅠ 진심으로 가지고 싶었다.)
어느 아이들의 손에 작화지는 넘겨졌다.
개인적인 바램으론 그 아이들이 애니메이션 전공을 하진 않더라도 그 작화지의 의미를 알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능하다면 부모님이 설명을 잘 해주시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강연이 끝나고, 강연장을 나오면서 뭔가 모를 기분이 들었다. 안타까운 기분이.
애니메이션 작업자들에게는 11년이라는 시간이 작품 제목 그대로 '소중한 날의 꿈'이었을 것이고, 현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같은 꿈을 꾸진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이 정말 감독님의 말씀대로 10년 전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소중한 날의 꿈은 너무 오랜 시간을 돌아서 관객들을 만난 것 같다.